반려동물★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부탁하다(2)

7154 2011. 7. 10. 20:07

 

 

 

 

꼬실이(41)

 

_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부탁하다(2)

 

 

 

발작이 있고 나서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믿고 싶지 않아도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는군요. 슬프기는 하지만 누구나 떠나는 길, 억지로 말릴 수는 없다는 것 압니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특별히 아픈 데는 없는 듯 보채지도 않고,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고 꼬실이를 위해서는 더할 수 없는 축복이겠지요.

 

 

워낙 착하고 순하고, 누구 하나 속 썩이는 일 없이 잘 살아온 녀석이라서 이렇게 떠나는 길이 평탄하고 평화로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걷는 건 물론 앉아 있을 기운도 없는지 자꾸 누워 잠만 잡니다. 가만히 있으니까 모르긴 해도, 꼭 잠만 자는 게 아니라 그냥 잠잠히 생각에 잠겨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도 되더군요. 아흔 살이 넘어서 특별한 병 없이 서서히 퇴색되어가다 세상을 떠나신 내 아버지의 말년과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버지도 늘 그렇게 조용히 생각에 잠겨 계셨거든요.

 

헤어지는 마당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고 싶고 우리도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습니다.

나나 딸이나 어렵고 힘들게 산 날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꼬실이 때문에 기운 얻어 헤쳐 나올 수 있었거든요. 때때로 화를 내기도 했고 혼내기도 했지만, 한 번도 미워하거나 성가셔해 본 적 없다는 것 저도 알겠죠? 내가 낳은 딱 하나 딸과 전혀 다르지 않게 진심으로 내 아들이라고 여겼고, 누나도 친동생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자라왔습니다. 사실 내 딸로서는 꼬실이 없는 세상이란 어떤 건지 상상할 수도 없을 겝니다. 세 살 터울인 두 아이는, 그래서 내 딸의 최초 기억 쯤인 세 살 갓 지나서부터 함께 자랐으니 서로에게 전부였던 셈이죠.

 

우리는 둘 다 꼬실이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합니다. 꼬실이가 우리에게 와서 함께 살아준 게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나 행복했는지 꼭 말하고 싶습니다. 의지하고 믿고 사랑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는 함께 배워왔지요. 꼬실이는, 착하고 우아하고 사려 깊은 꼬마실이는, 나와 딸에게 내려온 기적이었습니다. 물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테지만,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느낌만으로가 아니라,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누구를 통해서든 직접 전하고 싶어요. 먼저 가면 거기서 기운 내서 기다리라고, 떠나신 외할아버지 찾아 즐겁게 지내면서 우리를 기다리라고, 어머니도 누나도 언젠가는 갈 것이니까 다 같이 만날 날 있을 거라고 말해 주십시오.

 

그리고 하고 싶은 말-행여나 우리가 눈치 채지 못했던 섭섭한 일이라도-이 있으면 해서 다 풀어 버리라고 하세요. 딸이 옆에서 그러네요. 걸핏하면 못난이, 똥강아지라고 했지만 그게 반어법이라는 것 알지 않냐고, 정말 특별하고 대단한 동생이었다고 꼭 전해 달래요. 한 마디 더, 학교에 다니는 누나가 자리를 비운 때 말고 집에 있을 때, 누나를 보면서 누나에게 안겨서 인사하고 가라고 부탁합니다.

누나 없을 때 혼자 가면 진짜 똥강아지라고.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겠지요?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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