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43)_生이 다하여 꺼져가는 불빛!

7154 2011. 7. 12. 16:21

 

 

 

 

 

 

 

 

 

꼬실이(43)_이 다하여 꺼져가는 불빛!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다. 우리 제발 생명을 귀하게 여기자!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우리는 요즘 부쩍 잠이 부족하다. 특히 밤에 여러 차례 깨는 일이 별로 없는 딸아이로서는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야 그러거나 말거나, 밝음과 어둠을 구별하지 못하는 녀석은 제가 내킬 때 돌아다니려고 한다. 특히 지난 번 발작 이후로 누나만 찾고 누나 곁에만 있으려는 녀석이 꼭 누나 침대에서 자겠다며 우기기 때문에 꼼짝없이 딸내미가 밤중에 몸을 일으켜야 한다.

전에야 돌아다니건 말건, 어디다 꽁 박고 우는 소리 때문에 잠시 눈을 떴다가도 그 소리가 그리 크지 않으면 모른 체 넘기고 말았고, 부딪는 소리나 우는 소리가 심하다 싶어서야 벌떡 따라 일어났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일단 저 혼자 돌아다니는 게 불가능하니까 몇 시가 되었건 꼭 따라다녀야 한다. 간밤에도 쉬야할래, 목말라.’ 이런 식으로 보채는 바람에 딸내미가 몇 번을 깼는지, 그때마다 나도 실눈 뜨고 보느라 몇 번을 깼는지 모른다. ‘그냥 옆에다 싸라.’ 하도 힘들어 그런 소리를 한 적도 있지만, 사실은 부딪치고 고꾸라져 몇 바퀴씩 구르면서도 기어이 화장실에는 가야겠다는 녀석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개로서는 정말 드물게 깔끔한 성질인 녀석은 어릴 때 처음 쉬야와 응가를 가리게 되고서 이날까지 한 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다.

 

비록 보이지 않고 냄새도 못 맡게 되고는 애먼 데 쉬야를 싸긴 했지만, 그건 거기가 화장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걸 아니까 절대 실수를 한 게 아니다. 더구나 다리를 가누지 못해 혼자 서 있는 것도 불가능한 요즘에도 낮이나 밤이나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 가겠다는 몸짓을 하는 걸 보면 아무리 졸려도 무시하지 못하겠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순간까지도, 내 아버지가 그러하셨듯이, 정신줄은 놓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 그때까지 제 존엄성을 지킬 것에 안도하고 있다.

제가 그럴 작정이라면 나도 그렇게 대해 줘야지 한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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