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44)_18년, 生命이 다하여 가다

7154 2011. 7. 13. 16:20

 

 

 

 

 

꼬실이(44)_18, 生命이 다하여 가다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닷새를 먹지 않아 급기야 병원에 데려가 링거까지 맞히고 와서도 물 이외에는 입에 대려고 하는 게 없어서 간밤에도 늦게까지 속을 태웠다. 결국 우리는 두 손 들어 항복을 선언하고는 그냥 자기로 했다. 겨우 네댓 시간 동안 여러 차례 깨야 했던 딸은 아침에 얼굴이 퉁퉁 부어 힘들게 일어났는데, 그마저도 녀석이 일어나 머리로 쿡쿡 박아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뜬 것이다. 비척거리는 녀석을 앉은걸음으로 따라다니며 알 듯 모를 듯 양손으로 몸을 받혀 겨우 쉬야를 시키고 나온 딸에 이어, 이번에는 내가 쇠고기 잘게 썰어 볶은 것을 디밀었다.

 

별로 희망은 걸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 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먹는다, 먹는다!’ 우리가 눈 동그랗게 뜨고 놀라 내려다보는 가운데 막둥이는 꼭꼭 씹어서 무려 일곱 조각이나 먹었다. ‘어이구, 그게 어디야.’ 그나마 물은 꼬박꼬박 마셔서 탈수도 되지 않았고 장도 말라붙지 않았을 테니 고기 조각이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믿는다.

 

사실 거의 포기했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으로 먹는 것까지 마다하니 며칠 못 버티겠구나 각오했다. 문명화 된 사람보다는 짐승들이 천명을 스스로 깨닫고 잘 받아들인다고 하던데, 참 좋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고른 숨을 쉬는 막둥이를 보고 있노라면 울고불고 해서는 안 되겠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가 준비가 되었다면 기꺼이 보내야 하는 것이고, 그동안 있어주어 행복했노라고 마음 깊은 데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나누어야겠다고 나를 다잡곤 한다.

 

아파서 몸부림치지 않는 것만도 정말 고맙다 여겼다. 하지만 미련한 게 사람인지라 욕심을 어디 그리 쉽게 접을 수 있는가. 한 입만 먹으면 하루 더 버틸 것 같은 심정, 그러니까 몇 입만 먹고 며칠 더 같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 그런 한 오라기 실낱같은 희망사항을 자꾸 내밀게 된다. 물론 애가 아파하고 괴로워하면 그런 욕심을 낼 수 없겠지만 저렇게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 어찌 이별을 생각하란 말인가.

 

아침에 그것 먹는 걸 보니 아직은 조금 더 있을 모양이다. 저녁은 죽을 쑤어줄까 보다. 쇠고기나 조개 갈아 넣고 죽을 쑤어 참기름 한 방울 똑 떨어트린 죽을 아주 좋아하는 우리 막둥이. 요리조리 모가지 돌려 빼지 말고 몇 입이라도 맛있게 다셔줬으면 좋겠다. 비록 오늘 아침에 먹은 그 고기 몇 조각이 어쩌면 마지막 음식이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내민 것을 먹어줬다는 것, 그게 너무 고마운 거다.

 

아가, 아직은 어머니와 더 있고 싶은 것, 맞지? 그게 아니라 어머니와 누나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기운 낸 거라면 그 마음 씀으로만 만족할게. 하지만 있잖아, 부탁 하나 있는데,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진 않을 테니까, 어머니가 쒀준 죽 몇 입만 더 먹어, ? 먼 길 가는데 배곯으면 안 되잖아.’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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