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45)_18년, 生命 연장이 숨 막혀

7154 2011. 7. 14. 16:09

 

 

 

 

꼬실이(45)_18, 生命 연장이 숨 막혀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사흘 전부터 가끔 혀를 살짝 빼물고 경련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데 어제는 혀끝을 따라 하얀색 테두리가 있는 듯해서 잘못 보았나 했더니 오늘은 그게 노란색을 띤다. 입이 마르는가. 짬짬이 물을 마시는데도, 혹시나 해서 스포이트로 물을 짜 넣어 축여주려고 하지만 반기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싫어하지도 않지만.

 

자다가 뭐라 뭐라 꽁알댄다. 앓는 소리거나 불만에 찬 소리는 아니다. 잠꼬대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잠만 자나 하면 어느 순간 몸을 일으키고는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 멍하다고 표현은 하지만 사실은 멍해 보이는 게 아니라 무언가 추억하면서 웃는 듯한 표정이다.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 애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우리 막둥이의 자랑인 촉촉하고 윤기 있는 코가 사라졌다. 바짝 마른 건 아니지만 평생 단 한 번도 빛을 잃은 적이 없던, 심지어는 슬개골 수술을 하거나 설사를 하더라도 늘 반들반들 하던 그 코가 빛을 잃었다. 그러나 몸에 열은 없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고통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니 며칠 새 몹시 말랐다. 평생 1.7~1.8킬로를 유지하던 몸무게가 앞을 못 보아 움직이지 못하면서 근육이 빠져 1.5킬로가 되었는데, 그것으로 2년을 건강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불과 열흘도 안 되어 다시 0.2킬로가 준 것이다. 그 작은 몸에 200그램이면 대단히 큰 손실이다. 그리곤 조금 전에 똥을 조금 누었다. 먹은 것도 없으면서, 기껏 어제 아침에 먹은 일곱 조각 쇠고기를 싸놓는 건가. 아무 것도 더러운 것은 지니지 않고 가뿐하게 떠나려고 하는 걸까.

 

딸은 여러 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코피까지 흘린다. 그래도 오밤중이건 첫새벽이건 동생이 쿡쿡 어깨를 치면 부스스 일어나 화장실로, 물그릇으로 쫓아다닌다.

아이구 착하다, 쉬야했어? 야 인마, 누나가 데려다주면 뒤로 빼고서 다시 혼자 찾아서 물 마실 건 뭐야? 그게 네 자존심이야?’

이렇게 혼자 구시렁대면서 엉덩이를 투덕투덕 두들겨준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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