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48)_이제는 음식마저도 닫는가

7154 2011. 7. 20. 15:55

 

 

 

 

꼬실이(48)_이제는 음식마저도 닫는가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딸기 요플레를 사러 비 오는 어둠 속으로 딸이 달려갔다 왔다.

하지만먹지 못했다.

경련하듯 조금 엿보이는 혀는 더 길게 나오질 못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먹는 걸 무조건 거부한 게 아니라 먹을 수 없었던 거다. 기운이 없든지 이미 기능을 잃고 마비가 되었든지.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물도 거의 마시지를 않았었다. 요플레를 납작한 접시에 담아 내밀어도 먹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딸이 손가락으로 찍어서 살짝 코끝에 묻혔는데 그것조차 핥아먹지 못하는 게 아닌가.

내 참, 저렇게도 되는구나.’

 

다음 수단으로, 입술을 살짝 들어올리고 조금 벌린 잇사이에 발라 넣었다. 그랬더니 쩝쩝거리며 입을 다셨다. 거기에 힘을 얻어 몇 차례 되풀이, 하지만 오래 할 일은 아니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지 자꾸 누우려고만 하니까. 그렇게 몇 모금 먹고(?) 누웠던 녀석이 잠시 뒤에 갑자기 푸드덕 일어났다. 비척거리며 굳이 쿠션에서 내려서려 하는 걸 보니 쉬야가 마렵나 짐작했는데, 누나가 미처 몸 일으켜 따라나서기 전에 녀석이 몸을 잔뜩 옹크리고 우웩우웩 구역질을 했다. 놀라서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주었지만 먹은 게 있어야 토하지. 요플레 맛만 본 것으로도 비위가 뒤집힐 지경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더 먹이려고 애쓰지 말아야겠구나. 구역질하는 게 좀 힘든 일이어야지.’

엄니, 그러게 진작 커뮤니케이터한테 물어 보자니까.”

딸은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열심히 등을 쓸어주자 조금 진정되고 정신이 드는지 지금 누나 팔에 턱을 괴고 고개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금세라도 왕왕 힘차게 짖을 것 같다. 하지만 누나가 맞는 시늉소리를 아야내질러도 왕왕 어디건 덤벼들 기색이 없다. 다만 귀를 쫑긋 움직이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것으로 끝. 짖을 기운은 없지만 그래도 누나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은 있나 보다.

 

인제야 알 것 같다. 지난 며칠 동안 누나한테도 나한테도 도통 뽀뽀 한 번 하지 않았던 이유를. 혀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게다. 그것도 모르고 누나는 연방 보채며 서운하다 했고, 나 또한 은근히 불만이었다. 평생 지겨운 줄 모르고 뽀뽀 뽀뽀 뽀뽀하던 것을 그렇게 단숨에 딱 끊을 때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게라고 이해 좀 했더라면 얼마나 좋아. 어쩌면 우리들 원망 아닌 원망을 들으면서 녀석이 반대로 서운했겠다.

엄니, 누나, 그게 아니라니깐!’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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