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60)_꼬실이의 장례(2)

7154 2011. 8. 2. 12:21

 

 

 

 

꼬실이(60)_꼬실이의 장례(2)

_누나 일기에서

 

 

 

꼬실이가 워낙 작아 그런지 화장은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고온에 이미 거의 부서져버린 꼬실이 뼈들은 우리 앞에 잠시 보여졌다가 곧 엔젤스톤이 되기 위해 옆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겨우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꼬실이 스톤을 어찌 할까 업체 관계자들에게 설명도 듣고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20분 정도 지나 꼬실이가 다시 나왔다. 내 동생, 몸무게도 적고 워낙 쪼끄맣기에 스톤이 얼마 나오지 않을 거라고 얘기 들었는데 이게 웬 일, 내 손가락 마디만한 게 3개에 작고 동글동글한 것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맞아, 꼬실이가 말라서 그렇지 결코 작은 요키는 아니었거든.’ 지금도 아마 마루를 뺀다면 꼬실이가 요키세상에서 키랑 몸길이가 제일 크고 길 거야. 그렇게 나온 스톤 중, 작은 것 두 개로는 반지를 만들고 다시 작은 것 3~4개 정도로 비석을 만들고 나머지는 상자에 잘 보관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대개 알라님이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결정을 했다. 확실히 어렵고 힘든 일 당했을 때는 옆에 사람이 있어야겠다는 어머니 말씀이 맞다. 우리끼리 갔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반지랑 비석은 만드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기에 맡겨두고 나머지 스톤들만 상자에 담아 꼬실이를 마지막에 감쌌던 수건으로 덮어 조심조심 들고 집으로 왔다.

 

1.2킬로그램의 강아지 하나 없어졌을 뿐인데 이 작은 집이 왜 이리 넓어 보일까. 그리고 나는 왜 이리 할 일이 없을까. 나갔다 오면 꼬실이를 화장실에 넣어주고 물 먹이고 하는 건 다 내 일이었는데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 냉장고를 열면 뚜껑이 열려 있는 딸기 요거트가 보인다. 내 침대 시트에는 요 며칠 꼬실이가 흘렸던 피와 침이 뒤섞인 액체가 묻었다가 마른 자국이 남아있고 소파에서는 여전히 꼬실이 냄새가 난다. 워낙 체취가 없는 녀석이라 나이가 들어서도 이상한 냄새 따위 없었는데 꼬실이가 가고 나서야 이 은은한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벌써부터 너무너무 보고 싶다. 꼬실인 착하니까 내가 후회하는 일, 미안해하는 일 다 이해해주고 용서해주고 할 거야. 내가 그런 생각들만 하고 있으면 오히려 싫어할 걸. 18년 동안 좋은 기억이 얼마나 많았는데 안 좋은 기억들만 껴안고 있을 거냐며 오히려 나를 나무라겠지. 그러니 더 이상 나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어.’ 그저 좋은 기억, 추억만 생각하고 있는데, 마지막 갈 때에도 고통 없이 편안하게 가서 너무 고맙고 예뻐 죽겠는데, 하나도 슬프지 않은데. 그냥 너무너무, 정말 미친 듯이 꼬실이가 보고 싶어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곳에 꼬실이는 여전히 서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아야!’ 소릴 지르면 당장 달려 나와 왕왕 짖어야 할 텐데 집은 조용하고 꼬실인 없다. 항상 함께해서 내 무릎에 꼬실이’ ‘생활 속에 꼬실이라고 늘 말해 왔는데 내 무릎에, 내 생활에 더는 꼬실이가 보이질 않는다.

어떡하지.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꼬실아!’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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