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도자료★★

김경호의 [구로시오], 장편 역사소설

7154 2014. 1. 6. 18:20

 

 

 

 

[구로시오], 일본이든 조선이든 민초들은 핍박의 대상일 뿐이다. 권력자들의 전쟁놀음에 끌려나온 그들의 질펀한 삶을 그린 대하장편소설

 

 

현재 일본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김경호씨가, 10여 년 동안 자료 조사와 현장 탐방을 거쳐 역동적으로 엮어낸 대하장편소설 [구로시오]가 해드림출판사에서 나왔다.

저자는 십 년에 걸쳐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많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발로 뛰어 모은 역사적 사실을 날줄로, 민초들의 삶을 씨줄로 이 소설을 엮었다. 

이 소설은 우선 역사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민중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국가와 이념 그리고 적대적 관계를 떠나, 민초들은 그 나라 권력자들의 도구 즉 핍박의 대상일 뿐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이 있다.

구로시오(黒潮)는 적도에서 일어나 북반구로 흐르는 해류다. 현해탄을 지나는 대마해류(츠시마해류)는 구로시오의 지류다

 

 

[구로시오]의 주인공은 일본과 조선의 민중

 

반일 감정의 문제는 일본이라는 국가와 그 국적을 가진 일본인을 모두 하나의 사상체, 가치관을 지닌 인격체로 동일시 해 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고의 모순은 민족과 사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국적만 가지고 평가 분류한다는 데 있다.

 

인간은 자신의 국적과 관계없이 나름의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일본인에 대해서는 그들 모두를 일본이라는 국가의 틀에 함께 묶어 제국주의자 또는 협조자로 낙인 찍는다.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인 모두를 가해자로, 한국인은 모두 피해자라로 구분하는 이분법은 잘 못 된 것이다.

 

식민지 과정에서 당시 조선의 친일파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팔아 자신들만의 권력과 치부의 길을 도모했다.그들이 해방 후에는 다시 친미파로 변모하고 일부는 반공주의자로 변신했다.만일 남쪽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면 그들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다시 친공산주의로 변절하는 짓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과연 그들을 피해자라 할 수 있을까?

반면,일본에서도 당시 일본의 많은 국민이 군국주의자들에게 핍박을 받고, 전쟁에 강제 동원돼 죽어 나갔다.많은 양심적인 사람이 군국주의자들에게 저항하다 탄압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이들을 가해자라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일본인, 한국인, 미국인 등 국적에 의해 선과 악을 구별하는 이분법과 편견에 빠져 있다. 인간성은 국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이나 각 개인의 인격에 의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 기술은 권력자와 지배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그들이 피지배자인 민중들을 어떻게 인식했고,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어떻게 교묘하게 민족주의를 이용해 왔는지 [구로시오]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진왜란, 정유왜란 그리고 병자호란

 

임진왜란(1592년)이 끝나고 나서 조선인 사망자가 어느 정도인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왜냐하면 희생자의 대다수가 민중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포로만 십만 명에 이르렀다.

한편 히데요시에게 강제 동원된 일본 왜병의 반수 이상인 15만이 이국땅인 조선에서 목숨을 잃거나 귀화를 하였다.

 

임진,정유왜란이 끝난 40여년 후 이번에는 청의 침입을 받아 병자호란(1636년)이 일어났다. 조선은 청에 항복을 하고 속국이 되었다. 항복의 조건으로 청의 병사들의 노리개로 끌려간 조선인 여인들만 수십만에 달했다.

역사 속에서 이 땅 저 땅 구별 없이, 피지배자가 된 민중들이 지배자와 권력자에게 어떻게 희생되고 피해를 입었는지 [구로시오]가 이 민초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전쟁에 끌려 다닌 민초들

 

[구로시오]는 임진왜란,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을 그린 진정한 의미의 대하 역사소설이다.

미래는 예측이고 과거는 실재했던 사실이다. 현재는 과거라는 사실의 거울을 통해 미래를 비추어준다. 과거를 모르고 미래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이 책은 지배자들에 의해 비틀어져 숨겨지고 버려진 역사적 사실을 한 올 한 올 바로 잡아 민초의 역사로 되돌려 놓은 역사 이야기다.

이야기 즉 영어의 [story]는 역사를 나타내는 [history]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므로 역사를 빼놓고 이야기를 논할 수 없다. 이 소설은 역사를 씨줄로 이야기를 날줄로 하여 엮어진 대하소설이다.

일본에서는 조선인 포로들을 도래인(渡來人)으로 칭했고, 조선에 남은 왜병은 항왜(降倭)로 불렀다. 지배자들은 상대국에 정착한 민초들을 모두 반민(叛民)으로 낙인찍었다.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강(長江)이다.그 물줄기를 이루는 것은 민초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주체는 민초이다. 

소설 [구로시오]는 일본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봐야할 필독서다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관계를 민중사적인 관점에서 이토록 철저하게 고증하여 그린 소설은 [구로시오]가 처음이다.

 

 

 

본문에서 발췌

 

살동은 대마도 해류(구로시오)에 실려 오도열도에 표착했을 때, 조선과의 인연은 모두 끊어진 것으로 생각했었다. 자신은 이제 더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반민 사화동’으로 조선에 되돌려져 처형을 당했다.

 

대마도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갈라놓은 바다, 현해탄(玄海灘). 물이 깊고 항시 검은 빛을 띠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태곳적엔 하나로 붙어 있던 육지가 지각 변동으로 찢어지고 튕겨져 나갔다. 살점이 뭉텅 떨어져 나간 그곳에 상처가 생겨 틈새가 벌어졌고, 찢겨져 나간 그 아픔의 자리에 고통의 눈물이 흘러 스며들었다. 현해탄은 눈물로 이루어진 바다였다.

 

날카로운 이물에 부딪친 파도는 곧 허연 배를 드러내며 튀어 올랐다가는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파도는 끊임없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다가왔다.마치 두려움을 모르며 불의에 저항하는 인간들처럼,겁 없이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예리한 칼끝 같은 뱃머리로 달려들었다간 ‘츄악’하고 신음을 내며 하얗게 튀어 올랐다. 바다는 파도를 자꾸 만들어 냈고, 그 파도는 조용히 그리고 끊임없이 다가왔다가는, 형체도 남기지 못한 채, 산산이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모두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 우리는 또 어디로 가는가? 이번 싸움은 왜 해야만 하며, 또 어떻게 전개된단 말인가? 과연 죽지 않고 살아남아 무사히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저 포말들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것인가…?’

 

불확실한 삶에 대한 두려움과 싸움에 대한 공포,자신의 삶과 운명을 지배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의 미약함. 그리고 절망감에 따른 자포자기.‘살아남아야 한다.’

심저에서 꿈틀거리는 삶에 대한 본능. 조선 출정을 위해 현해탄을 건너는 그는 부서져 가는 포말들을 보자 만감이 교차했다.

 

흡사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낭떠러지에 선 것 같은 느낌이었다.‘운이 좋으면 살아남고, 운이 없으면 사라져야 하는 운명.’‘누구를 위한 싸움이더냐! 내가 죽어 싸움에 이긴다고 내게 무슨 의미가 있다더냐. 나 없는 이 세상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더냐?

 

 

 

김경호 저

면수 392쪽 | ISBN 979-11-5634-004-1 | 03810 | 싸이즈 신국판

| 값 13,000원 | 2014년 01월 06일 출간| 문학|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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