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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복권에 당첨되면2, 로또 일등 당첨은 만년을 멋지게 마감하라고 내게 안겨준 선물

7154 2018. 12. 16. 14:42


나는 현역 댄스스포츠 아마추어 선수이다. 왈츠, 탱고, 폭스트로트, 퀵스텝, 비에니즈 왈츠 5종목으로 스탠더드 5종목에 주로 출전한다. 나이가 환갑을 넘다 보니 장년부, 일반부 아마추어 부문에 나간다. 프로 전향은 당장 할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고정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 흠이다. 프로 선수는 고정 파트너와 함께 해야 한다.

내 꿈은 프로선수 생활을 화려하게 하다가 은퇴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파트너를 구한다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이다. 파트너는 대부분 남편이 있다. 남편 눈치를 보려면 댄스 연습도 제대로 하기 어렵고 일박이 필요한 지방에서 벌어지는 경기 대회 참가는 어렵다.

 

잘하는 여자는 이미 임자가 있다. 임자가 없다 하더라도 그 비위를 맞추기는 어렵다. 좀 잘하는 여자들은 대가 세다. 그간의 남자 파트너들이 여자들의 콧대를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연습과정부터 티격태격하다 보면 언제 파트너 관계가 깨질지 불안하다. 어렵게 경기 대회에 출전하더라도 심사위원들이 실력을 뻔히 알기 때문에 눈에 띌 리가 없다. 성적이 나쁘면 서로 네 탓이라며 곧바로 파트너 관계가 깨진다.

 

로또 일등 당첨으로 목돈이 생긴다고 생각해 보자. 15억 원 정도를 손에 쥔다고 가정하자. 굳이 국내 여자들에게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애걸복걸할 필요 없을 것이다. 댄스의 본고장 영국으로 날아갈 것이다. 10년 전 영국에 댄스 유학을 갔다 왔었고 영어도 잘 하는 편이므로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나랑 프로 댄서로 뛸 여자 파트너를 구할 것이다. 10년 전에 갔을 때도 오직 댄스를 배우기 위해서 혈혈단신으로 유학 온 동구권 여자들이 많이 보였었다. 돈이 없으니 숙소의 청소를 해가며 생활비와 레슨비를 대고 있었다. 노랑머리 젊은 여자라면 더 좋다. 수당과 생활비는 물론 프로 선수 생활하는데 드는 돈을 모두 내가 대는 조건이라면 어렵지 않게 파트너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계산적인 영국 여자보다는 덜 오염되어 순수한 면이 있는 동구권 여자라면 말도 잘 들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이나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러시아 여자를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해서 잘하는 여성을 고를 것이다. 같이 영국에서 본격적인 선수 레슨을 받고 실력을 키울 것이다. 좋은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연마 한다면 분명히 실력이 빠르게 늘 것이다. 경기에 나갈 실력이 되면 영국에서 여러 경기에 참가하러 다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귀국해서 국내 프로 전에 멋지게 데뷔한다. 노랑머리를 파트너로 해서 뛰는 것만으로도 눈에 띌 것이다. 가는데 마다 화제가 될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역시 뭔가 보여주는구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를 아는 심사위원들도 있겠지만 놀랍도록 기량이 향상되어 와서 노랑머리 여자와 플로어를 누비는 나를 보고 놀랄 것이다. 그동안 우습게보던 댄스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는 쾌감이 있을 것이다.

 

파트너와 한국 여행을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것이다. 당연히 멋진 차를 사서 내가 운전하며 다닐 것이다. 한국은 동구권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나라이다. 파트너도 흥미 있어 할 것이다. 나 또한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었다.

 

연습은 해야 하니 마루가 깔린 연습장이 있어야 한다. 지인들을 중심으로 무료로 개방하고 우리가 연습하는 시간만 양해 받으면 된다.

 

파트너와 함께 ‘댄스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낼 준비를 한다. 파트너의 아름다운 동작을 찍어 동영상도 낼 것이다. 수많은 경기 경험과 레슨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므로 댄스 계에서 금과옥조 같은 내용이 될 것이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배송해 줄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파트너가 계속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면 남은 유산은 몽땅 보너스로 줄 생각이다. 몇 억 원은 남을 것이다. 내게 만년의 즐거움을 준 대가이다.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여생을 보내기에 충분한 돈일 것이다. 한국에 남아도 댄스 학원 하나 차려서 먹고 사는 데는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로또 일등 당첨은 만년을 멋지게 마감하라고 내게 안겨준 선물일 것이다.

-글:강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