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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방 자물쇠ㆍ허름한 공용화장실… 폭력에 노출된 쪽방 여성들

7154 2019. 5. 8. 14:52

[지옥고 아래 쪽방] <중> 벗어날 수 없는 쪽방의 굴레 
 “여자라고는 나 뿐인데… 찜통 더위ㆍ습기에도 문 열수 없어” 
 서울 쪽방 거주자 중 14%가 여성… 비좁은 공간서 숨죽여 살아 


“여기가 좋겠네. 밤에 자려고 눈 붙일 때가 아니면 워낙 방에 있진 않아요.”

박경자(가명ㆍ65)씨는 굳이 볕이 바짝 드는 골목길을 택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방이나, 인근 카페로 향할 참이었다. 방에서는 늘 숨어 사는 사람처럼 ‘없는 듯’ 지내서 실내가 답답하다는 그는 연신 길 한 편에서 볕을 쬐자고 했다. 함께 쪼그려 앉았다.

“여자라고는 나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술 먹고 맨몸으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러니까.” 앉자마자 박씨는 안 그래도 비좁은 쪽방에서 더 숨죽여 살아야 했던 이유, 그래서 남들은 아늑하게 여기는 실내를 기피하는 이유부터 털어놨다. 4.13㎡(1.25평) 수준에 그치는 방이 비좁다는 건 오히려 문제도 아니었다. 화장실은 허름한 건물 공용 화장실 한 곳을 모든 거주자가 함께 이용하고, 그나마도 만취한 이웃 차지이며, 잠금장치도 허술한 방에서 공포에 떨다, 열기로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도 방이 습기로 그득하도록 문을 열 수조차 없었던 삶에 비하면. 그가 말하는 여성 쪽방 거주자의 매일은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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