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도자료★★

전남문화재단 선정, 장병호 수필집 '부엉이 기르기'

7154 2021. 12. 27. 16:31

거북이걸음이나마

꾸준히 걸어야겠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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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권의 수필집을 낸다.

이번 글은 대부분 퇴직 후에 쓴 것들이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글 쓰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는 점이다.

재직 기간에 『코스모스를 기다리며』(2008)를 시작으로 『천사들의 꿈노래』(2010)와 『태산이 높다 하되』(2014), 『등대지기의 꿈』(2018) 따위의 수필집을 냈는데, 사뭇 형편이 여의치 못한 가운데 쓴 것들이다. 근무 시간에는 늘 사람을 만나고 사무를 처리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라 뭐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과가 끝난 뒤나 아침 기상 때를 이용하여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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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문을 나선 뒤로는 책임감을 훌훌 벗고 자유로이 정신을 쏟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평론집 『척박한 시대와 문학의 힘』(2019)과 영화수상집 『은막의 매혹』(2021)을 묶어낼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뭔가 꾸준히 끄적거릴 수 있는 것은 여기저기 맺어놓은 글 인연 덕분이 아닌가 싶다. 내가 속한 문학회에서 정기적으로 회원 작품집을 내고 있고, 또 몇몇 문예지에서 글 보내라는 연락을 해오고 있어서 여기에 응하다 보니 펜을 잇달아 놀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일단 발표한 작품은 다른 지면에 재수록을 하지 않으려고 작정하는 터라 그만큼 나를 채찍질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가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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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의 내용은 직장생활 이후에 바뀐 나의 일상을 비롯하여 그동안 이것저것 보고 들은 것과 평소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다. 회고적 취향이 아닌데도 모아놓고 보니 지난 시절을 되돌아본 내용이 꽤 눈에 띈다.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가요에 대한 글이 많아진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디 밖에 안 나가고 가요 경연을 자주 시청하다 보니 글거리들이 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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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앞두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때 글쓰기에 대한 계획도 몇 가지 세워놓았는데 아직 상당 부분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얼른 해치워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눈앞의 일에 급급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형편이다. 해는 떨어져 가는데 언제 길을 다 갈까나 싶다.

그렇지만 서두르지는 않으려고 한다. 글을 쓰는 집중도나 지구력은 전과 같지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 펜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것은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거북이걸음이나마 꾸준히 걸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펜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