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19)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13. 17:44

 

 

시력 잃은 꼬실이(19)

_마지막 함께한 1년

 

 

나는 달팽이다.

집을 이고 다녀야 하는 달팽이도 아니건만 아무 데도 못 간다. 아니,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아니라 꼬실이 못 가는 데는 아무 데도 못 간다는 게 맞다.

 

어려서부터 식구 없으면 물도 안 마시는 바람에 늘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난 17년 동안 꼭 가야 하는 공연이나 전시회 등 그런 데 가기 위해 서너 시간 친정이나 동호회원에게 맡겨놓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인제는 그것도 가능하지 않다. 앞 못 보는 남의 개를 맡기는 누구한테나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쉬야나 응가를 하고 싶은 낌새를 눈치챌 수도 없고, 이 녀석 싸이클을 알아 시간을 맞춰 먹이고 싸게 배려할 수도 없고, 혼자 어그적거리다가 화장실 못 찾아서 끝내 쉬야해 놓고 꿍꿍 울고 있는 걸 봐줄 수도 없겠기에 말이다. 게다가 남에게 잠시 맡겨졌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하염없이 온 집안을 이리 콩 저리 콩 박으며 나를 찾아다닌다니 어떻게 맡긴단 말인가.

 

아주 큰 공연장 아니라면 대개 꼬실이를 데리고 갔었다. 가방에 넣어서 문만 무사히 통과하면 영화건 연극이건 음악회건 춤판이건 내 무릎에 옷을 덮고 누워 남들은 개가 있는 줄도 알 수 없게 콜콜 자다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제는 그게 안 된다. 어디에 와 있는지 상황 이해가 되지 않는 녀석이, 꼼짝도 못하게 안고 있기만 하니까 답답해 꿍꿍 울어댄다. 처음에는 미처 생각지 못하고 데리고 갔다가 기겁을 하고 나와야 했다. 물론 아주 작은 소리라서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조금 더 버텼더라면 녀석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라 크게 울어댔을 것이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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