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22)

7154 2011. 3. 4. 12:04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22)

 

 

 

 

?그래, 차라리 화장을 해서 가까운 강가에 뿌렸더라면 오늘 같은 날 쉬 찾아가 물낯에 얼굴을 비추며 꽃 한 송이 띄울 수 있으련만…. 수십 리 깊은 산중에서 형과 여동생은 혹시 깨금발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지는 않을까.?

저 멀리 순천과 여천의 호젓한 공원묘지가 떠올라 명절 아침 마음이 비상(悲傷)하다. 형과 여동생 산소가 있는 그곳이다.

 

 차례나 제사를 모실 때마다 나는 은근히 짜증이 난다.

10여 년 전부터 조상의 제상 곁에 따로 차려지는 자그마한 새끼 제상 때문인데, 죄인인 양 떨어져 있는 모습이 사뭇 못마땅하다. 그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요, 새끼 제상을 대하면 울컥 슬픔이 복받치는 데는 형의 혼령이 조상과 겸상을 못해서도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제사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조상의 합동제사로 차례를 대신하거나 조부모님이나 부친 제사를 모실 때마다 따로 차려지는 새끼 제상은 ?형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고 거듭 윽박질러 마음이 을씨년스러운 까닭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형이 죽었다.?거나 ?형이 살아 있을 때.?라는 표현을 꺼릴 뿐만 아니라 벽에 걸린 사진과도 무심결이 아니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긍정도 부정도 없는 경계의 선에서 그리워하지도 기억하지도 않으려 애쓴다. 그런데 어머니는 한사코 별도의 제상을 마련해 내 심사를 들썽케 한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제구마저 요절을 알리는 것처럼 가슴을 콕콕 찔러대니 제상을 차리는 내내 이마의 땀을 훔치곤 한다. 그러다 보니 형의 기일에는 아주 고역이다.

 

지방을 쓰면 좋으련만 유독 형의 기일에는 사진이 있는데 왜 지방을 쓰느냐는 어머니의 책망이 있어 사진을 꺼내는 일부터가 곤혹스럽다. 떡 버티고 있는 제상의 사진과 시선이 마주칠세라 음식을 차리면서도 건성 건성이요, 부복할 때는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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