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은 꼬실이(13) 시력을 잃은 꼬실이(13) 간밤 2시에 내 옆에 누웠다. 6시에 일어나 앉더니 탁탁 털고는 다시 꼬옹 뭐라 중얼거리며 누웠다. 6시 40분, 자리에서 일어나다 건드렸더니 또 뭐라 뭐라 꽁알거리며 돌아누웠다. 나와 보니 밤새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나 보다. 쉬 흔적도 응가 흔적도 없다. 후후 웃었다. ‘짜식.. 반려동물★ 2011.02.07
시력을 잃은 꼬실이(12) 시력을 잃은 꼬실이(12) 꼬실이가 앞을 보지 못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처음에 허둥거리는 녀석을 보면서 내 마음도 그에 못지않게 허둥댔다. 그러는 내게, 녀석이 안쓰럽다 하면서도 이내 적응을 하게 되는 법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동호회에도 앞 못 보는 애가 있는데 전처럼 활발하지는 않아도 그.. 반려동물★ 2011.02.06
시력을 잃은 꼬실이(11) 시력을 잃은 꼬실이(11) ……꼬실이가 자꾸 아버지 옆에 가겠다고 버둥대는 거다. 아버지가 잔뜩 취해 들어오면 술 냄새 싫어서 근처에도 안 가더니 냄새를 못 맡게 되고는 그걸 상관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술기운에 열이 오르는지 밤새 몸부림치는 아버지 옆에 뉘면 발에 걷어차이기 일쑤요, 보.. 반려동물★ 2011.02.05
시력을 잃은 꼬실이(10) 시력을 잃은 꼬실이(10) 사료를 먹지 않고 간식만 골라 먹자 똥이 질척해졌다. 굳이 탈이 나 설사를 하는 건 아니어도 때글때글 모양 좋은 곱똥을 누지 않는다. 똥 한 번 누려면 한 자리에서 지긋하게 힘을 주는 게 개들이 아닌 바, 계속 등을 동그랗게 꼬부리고 어기적 발을 옮겨 디디며 싸서 여기저기 .. 반려동물★ 2011.02.04
시력을 잃은 꼬실이(9) 시력을 잃은 꼬실이(9) 4년 전에 우리 꼬실이 주견등록증을 만들어줬다. 내 주민등록증을 스캔 받아서 안에 있는 내용을 싹 지우고 새로 고쳐 쓴 것. 사진 찍어 증명사진 만들고 지문 대신 코의 비문(鼻紋)을 찍어 사진 파일로 만들어 붙이고, 동호회 도장도 파서 꽝 찍었다. 주견등록번호는, 생년월일을.. 반려동물★ 2011.02.02
시력을 잃은 꼬실이(8) 시력을 잃은 꼬실이(8) 작년에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었을 때도 슬프긴 했지만 절망을 느끼지 않았던 게 이상하긴 하다. 몇 달 전부터 잘 듣지 못하고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었어도 이번처럼 미칠 듯한 기분은 되지 않았다. 아마도 시력이나 청력, 후각 상실은, 그래도 아직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최.. 반려동물★ 2011.02.01
시력을 잃은 꼬실이(7) 시력을 잃은 꼬실이(7) …… 눈이 보이던 1년 전만 해도 길을 걷다 발에 물이 묻기만 해도 탈탈 털어 대던 녀석이었다. 한쪽 다리 들고 오줌을 누다가 흘러서 다른 발에 묻으면 질겁하며 뒷걸음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인제는 오줌이 묻건 똥이 묻건 밟고 다니건 모르는 것이다. 내가 귀찮은 게 문제가 .. 반려동물★ 2011.02.01
시력을 잃은 꼬실이(6) 시력을 잃은 꼬실이(6) 징검다리 연휴라 그런지 서울 들어가는 길 말고 반대로 나오는 길도 차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때보다 조금 더 기다리게 되어 딸을 태우고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아마 20분쯤 걸렸을 거다. 그런데 딸애가 문을 밀자 바로 앞에 녀석이 서 있었던 것. “어머, 깼어?” 나도 같.. 반려동물★ 2011.02.01
우리 행복했었지? 우리 행복했었지? ..... ..... ‘아가. 너를 무릎 위에 뉘어놓고 자판을 두들기며 뭔가를 적어내기 좋아했던 어머니는, 차분한 수필집 한 권 내서 네 앞에 놓고 으쓱거리고 싶었단다. 내가 글을 쓰면 쓸수록 너는 심심해서 잠만 자야 했으니까, 많은 시간을 자기만 하며 기다려야 했으니까, 그 미안함을 책.. 반려동물★ 2011.02.01
시력을 잃은 꼬실이(5) 시력을 잃은 꼬실이(5) 개에게는 책이 없을까. 열일곱 해를 살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 우리보다 낮은 키로 보았던 그 나지막한 시야는 또 다른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녀석은 자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아닐까. 그렇게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고서 보이지 않는 눈을 동글게 뜨고 오래 앉아.. 반려동물★ 201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