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20)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20) 형은 나에게 절대 채울 수 없는 빈자리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별의 슬픔이 줄어드는 것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다시 만날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세월은 오늘도 나를 형 가까이 좀 더 데려다 놓는다. 소사역 40계단을 막 오르려는데 전철 들어오는 소리가 .. 가족별곡 2011.03.01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8) 슬픈 가운데 이승훈 형제가 다섯이었다 다섯 손가락처럼 아들-딸-아들-딸-아들이었다 나는 가운뎃손가락인 중지였다 어느 해 누이가 떠나고 다음 해 형이 세상을 떠났다 누나 하나, 남동생 하나 남은 나는 또 중지가 되었다 날마다 내 가운데가 아팠다.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8) 피를 말리.. 가족별곡 2011.02.24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7)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7) 죽음을 앞둔 환자가 모인 호스피스 병실이었다. 모르핀으로 통증을 다스리기 시작한 말기 암 환자는 대부분 형처럼 정신착란을 일으켰다. 당시 호스피스 병실에는 여섯 살 아이부터 여든 노인까지 입원해 있었다. 환자들은 겨끔내기로 정신착란을 일으켜 한바탕 .. 가족별곡 2011.02.22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5)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5) 한사리 즈음이면 넘칠 듯 벙벙하게 차오르던 바닷물과 그 위에서 쉴 새 없이 반짝이던 윤슬이 지금도 삼삼하게 떠오른다. 잊지 못하는 어릴 적 고향 풍정이요, 오십이 넘도록 간직한 그리움이다.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면서 망연히 펼쳐진 바다, 하늘이 내려앉은.. 가족별곡 2011.02.19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4)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4) 퇴근길, 다시 전철을 탔다. 해가 떨어진 지 오랜데 사람들의 얼굴에는 노을의 잔영이 남아 있다. 쥐 죽은 듯 고요하던 아침과는 달리 재잘대는 소음이 귓가에 바람처럼 스친다. 벌써 불콰한 얼굴들에는 향기로운 시간이 자주 하얀 이를 드러낸다. 나는 저녁 늦게야.. 가족별곡 2011.02.18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3)_엄마 엄마 나 죽으면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3) _엄마 엄마 나 죽으면 산새들의 물오른 교성이 동네를 휘돌아다닐 즘, 세 살 난 성희는 ‘백일기침’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그날 내가 왜 집에 있었는지는 상막한 과거이다. 아마, 아픈 동생을 핑계로 조퇴를 하였지 싶은데 나보다 두 살 아래인 여동생과 성희를 돌보.. 가족별곡 2011.02.13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2)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2) 비바람을 따라 출렁출렁 춤사위를 벌이며 어린 감성을 자극하던 대밭이 겨울의 싸늘한 정조로 돌아선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간소한 삼년상 제단을 작은 방에 만들었다. 영정사진과 촛대와 향로를 갖춘 제단에는 붉.. 가족별곡 2011.02.13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1)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1) 겨울 하늘이 축축한 회색 구름으로 짙은 날, 소래 포구 인근의 폐염전을 들어섰다. 이한치한(以寒治寒)이라고나 할까, 마음이 쓸쓸할 때 종종 찾는 곳이다. 지열처럼 마른 빛을 품어대는 이 수 만평의 푸서리에 들어서면 황폐한 서정이 처절하다. 용케도 버티고 선.. 가족별곡 2011.02.12